아카이빙
2023년 6기 입주작가 이승하 결과보고전 [연못 모레]
눈을 감고 어릴 적 뛰어놀던 놀이터를 떠올려 본다.
3가지 높이의 철봉 아래에 모래사장이 있고, 그 옆에 은색 뺑뺑이가 있다.
오른쪽으로 돌자 페인트칠이 벗겨져 드러난 쇠가 점박이 무늬처럼 찍힌 빨간색 그네가 있고
왼편에는 엄마가 주로 앉아 있던 등나무가 있다.
정확하지 않지만, 분명 있었던 것 같은 시소도 맞은 편에 놓아본다.
머릿속에 흐리멍덩하게 찍혀 있는 여러 장면을 더듬어 가며 놀이터를 그려 볼 수 있다.
기억 속 놀이터는 그 당시에 찍은 사진과 또는 지금도 존재하는 바로 그 놀이터와는 전혀 다른 놀이터일지도 모른다.
기억은 잔상, 갑작스러운 어둠 속에도 여전히 자리 잡고 있는 잔여물, 부유하고 명멸하며 미처 소제 되지 못한 정보의 잔류이다. 본 것, 들은 것, 겪은 것이 시간과 함께 휘발되고 남긴 흔적이다. 무의식의 속임수가 개입되어 실제와는 점차 멀어지지만, 부정할 수 없는 실감이다. 실제의 대상을 직접 보고 그린 그림도 잔상의 기록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와 세계 사이의 시간의 격차가 비교적 짧은 기억의 합, 원형으로부터 멀어진 착각들, 허구적 개입을 가능케 하는
흐릿하거나 깜빡거리는 모습들, 세계에서 사라졌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것.
- 2023년 6기 입주작가 김유정 결과보고전 [기억의 조각, 몸,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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